[메디컬투데이=김미경 기자]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중견 제약사들이 자사주를 직접 소각하는 대신 동종 업계 기업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보유 비중을 낮추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일동홀딩스는 보유 중이던 자사주 24만8311주(지분율 2.15%)를 국제약품에 장외 처분하기로 했다.

주당 처분 가격은 1만3650원으로, 거래 금액은 약 34억원이다.

국제약품 역시 자사주 79만7330주(지분율 3.77%)를 같은 날 일동홀딩스에 장외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각각 보유한 자기주식을 상호 교환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진행하는 것이다.

양사는 주식 처분 목적으로 전략적 제휴를 통한 지속적인 사업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해 각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을 상호 교환한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같은 자사주 맞교환은 최근 중견 제약사들 사이에서 연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환인제약은 지난 12일 동국제약, 진양제약, 경동제약 등 3개사와 총 154억원 규모의 자사주 131만6880주(지분율 7.08%)를 맞교환했다.

이에 따라 동국제약은 자사주 37만1987주, 진양제약은 90만4391주, 경동제약은 77만4257주를 각각 처분하며 상호 지분 관계를 형성했다.

환인제약은 이후에도 자사주 활용을 이어갔다. 지난 19일에는 보유 자사주 90만주(지분율 4.83%), 약 104억원 규모를 한국유나이티드제약에 처분하기로 했다.

같은 날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자사주 51만9750주를 환인제약에 넘기고, 자사주 43만5000주는 한국바이오켐제약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연쇄적인 자사주 스왑으로 환인제약의 자사주 보유 규모도 크게 줄었다.

스왑 이전 233만3000주(지분율 12.5%)로 중견 제약사 중에서 높은 수준이었던 환인제약의 자사주는 11만6120주(지분율 0.62%)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

지난달에는 삼진제약과 일성아이에스도 자사주 맞교환에 나섰다.

삼진제약은 자사주 40만주(지분율 2.88%), 일성아이에스는 34만6374주(지분율 2.60%)를 각각 처분했다. 특히 일성아이에스는 자사주 비중이 48%에 달해 소각 의무화가 현실화될 경우 부담이 큰 기업으로 꼽혀 왔다.

이처럼 자사주 스왑이 잇따르는 배경에는 상법 개정 논의가 자리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상법 3차 개정을 통해 자사주를 취득 후 1년 이내에 의무적으로 소각하도록 하고, 기존 보유 자사주에 대해서도 유예기간을 두고 소각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주는 그간 오너 일가의 우호 지분으로 경영권 방어에 활용돼 왔지만, 자사주 비중이 높을수록 유통 주식 수 증가로 기존 주주 가치가 훼손된다는 비판도 지속돼 왔다.

제도 변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제약사들은 자사주를 그대로 보유하거나 소각하는 대신, 동종 업계 기업과의 지분 맞교환을 통해 보유 비중을 낮추는 동시에 상호 지분 관계를 형성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광동제약의 사례처럼 자사주를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려다 금융당국의 제동이 걸린 경우도 나오면서, 자사주 활용 방식에 대한 시장과 당국의 시선도 한층 엄격해진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견 제약사들의 자사주 스왑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