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대한암협회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독립유공자 유가족의 암 치료 지원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올해는 광복 80주년이다. 독립을 위해 헌신한 독립유공자와 그 가족을 기억하는 다양한 행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보훈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국가을 위해 헌신한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대부분은 고령층으로 암 발생 위험이 높다. 특히 폐암 등 고령에서 발생하는 암은 진단 시 이미 병이 상당 부분 진단된 경우가 많아 치료 기간이 길고 고액의 치료비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독립유공자와 가족들의 건강은 물론 삶의 질까지 위협받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기존 보훈 제도만으로는 의료 부담을 충분히 덜어주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대한암협회가 독립유공자 유가족의 암 치료 지원에 나섰다. 독립유공자와 그 가족이 치료비 부담으로 치료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상황은 개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라는 판단에서다. 협회는 국가보훈부와 협력해 독립유공자 및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암 환자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지원은 유한재단과 함께하는 '암(癌)중모색 캠페인 시즌2'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협회는 1인당 최대 300만 원씩 총 1억 5000만 원 규모의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전국 6개 보훈병원과 광복회를 통해 환자를 모집했으며, 현재까지 47명이 신청했다. 지원은 기금이 소진될 때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지난달 열린 독립유공자 유족 암 치료비 지원금 전달식에는 국가보훈부 강윤진 보훈부 차관과 광복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치료비를 전달받은 양옥모 씨(84)는 한국독립군 상사로 항일운동에 참여해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받은 고(故) 양승만 지사의 딸이다. 양 씨는 귀국 이후 오랜 기간 어르신과 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이어오다 최근 암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다.

양 씨는 "이번 지원은 많은 독립유공자와 그 가족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며 "치료가 마무리되면 다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처럼 이번 전달식은 독립유공자와 그 가족의 헌신이 과거의 기억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삶 속에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민혁 대한암협회 협회장은 "광복 80주년은 독립유공자와 그 가족의 희생을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삶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사회적 질문을 던지는 시점"이라며 "고령의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가운데에는 암 치료가 필요함에도 치료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암 치료 지원은 단순한 후원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께 의료 영역에서 실질적으로 응답하고자 한 시도"라며 "대한암협회는 암을 개인이 감당해야 할 질병이 아닌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로 바라보고 있으며, 국가보훈부와의 협력을 통해 치료 과정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없도록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대한암협회는 이번 지원에 이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암 환자와 가족을 위한 지원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암 치료가 중단되지 않도록 돕는 일은 곧 한 사람의 삶과 일상을 지켜내는 일이라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