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임상시험 중 발생하는 두통이나 피로 등 경미한 이상반응에 대한 보고 의무를 삭제하는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최종 확정했다. 이로 인해 행정적 부담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지만, 약물의 안전성 우려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FDA는 지난 16일(현지 시간), 연방 관보를 통해 ‘연구 책임자의 안전성 보고 의무 및 평가(신약 임상시험 및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대상)에 대한 개정 가이드라인’을 공고했다.

FDA가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안 최종 확정에 따라, 2012년부터 시행된 기존 안전성 보고 가이드라인은 공식적으로 폐기되고, 새롭게 확정된 지침이 이를 완전히 대체한다.

개정된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임상시험 도중 불필요한 보고 의무를 완화했다는 데에 있다. 구체적으로, 개정 가이드라인은 크게 ①안전성 보고와 ②안전성 분석으로 나뉜다.

①안전성 보고는 임상도중 발생할 수 있는 중대하고 예상치 못한 이상반응을 중심으로 보고하도록 개정했다. 기존에는 경미한 이상반응 모두를 일일이 보고했지만, 심각하거나 예측 불가한 사례를 중심으로 보고하도록 개편한 것이다.

②안전성 분석은 ①안전성 보고 개편과 이어지는 것으로, 개별 환자 수준의 단편적 평가 대신, 전체 참가자 데이터를 모아 통계적 패턴을 발견하는 집합적 분석을 강조했다.

특히 불필요한 맹검 해제(Unblinding) 방식을 최소화하라는 것이 개정의 핵심이다. 맹검은 임상시험에서 어떤 것이 시험약인지 대조약인지 모르게 진행하는 방식이다. 맹검 해제는 이러한 정보를 시험 도중 공개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는 약물의 효과를 한층 더 근본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맹검 해제 방식은 환자의 약물에 대한 확증 편향을 강화함으로써 데이터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FDA는 이러한 비판을 반영해 분석 방식 개편을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향후 신약 개발 과정에서 연구 책임자와 임상시험 현장에서의 행정적 부담을 상당 부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불필요한 보고 업무가 줄어들면 신약 데이터 분석에 집중할 수 있으므로, 전체적인 개발 효율성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약물의 안전성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 암젠(Amgen)의 이중특이성 항체 약물 ‘블린사이토’(Blincyto, 성분명: 블리나투모맙)가 있다.

이 약물은 임상시험에서 발열, 오한, 두통, 현기증, 메스꺼움, 저혈압 등의 비교적 경미한 이상반응을 보였는데, 당시엔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돼 2024년 12월 허가를 받았다.

문제는 허가 후 실제 의료 현장에서 사용 건수가 급증하면서 드러났다. 일부 환자에게서 초기의 경미한 증상이 나중에 사이토카인 폭풍이라는 치명적 부작용으로 발전하는 일정한 패턴이 확인된 것이다.

이에 FDA는 허가 두달만인 2025년 2월, ‘블린사이토’에 최고 수준의 안전 경고인 블랙박스 경고(Boxed Warning) 부착을 명령한 바 있다.

블랙박스 경고는 실제 의약품의 처방을 크게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으므로, FDA는 단순히 약물 부작용 보고가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블랙박스 경고 조치를 취할 수 없다. 반드시 역학 연구와 메타분석 등을 통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위험 증가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런데 만약 암젠이 임상시험 당시 개별 환자들에게 나타난 경미한 부작용 데이터를 오로지 집합적 분석 지표로만 관리하고 각 사례에 대한 심층적 추적을 소홀히 했다면, ‘블린사이토’와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 간 인과관계 규명은 상당히 지연됐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번 개정이 신약 개발 패러다임의 혁신으로 자리잡을지, 아니면 환자 안전성을 담보로 개발 기간만 단축시키는 위험한 실험이 될지는 향후 임상 현장에서의 결과를 통해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