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김미경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을 결정하는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의 분석 방식에 대해 통계적 왜곡 우려가 있다며, 강력한 개선을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은 26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감사원 감사를 통해 지난 2000명 의대 정원 증원 결정 과정이 과학적 근거 없이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채 진행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번만큼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의료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대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은 이러한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며 “이에 의협은 정부의 신뢰할 수 없는 추계 방식과 불투명한 위원회 운영에 대해 강력한 개선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수급추계위원회에서 논의되는 분석 방식은 통계적 타당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현재 추계위에서 사용하는 ARIMA(아리마) 모형은 데이터의 과거 패턴을 분석해 미래값을 예측하는 모델인데, 해당 모델은 분석의 기준이 되는 시점을 언제로 잡느냐에 따라 결과값이 크게 달라지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료에 포함하는 시점과 기준을 언제로 하느냐에 따라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오히려 남는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며 “시점에 따라 널뛰는 결과를 토대로 국가 백년대계인 의사 수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의사의 머리 숫자로만 자료가 분석되어서는 안 되며, 각각의 의사들이 환자 진료에 투입되는 실제 시간이 적절하게 반영되는 FTE라는 전일제 환산 지수의 개념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며 “추계위는 아리마 모형에 집착하지 말고, 조성법 등 다양한 분석 기법과 의료계와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다양하고 합리적 변수를 수용해 다각적인 검증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팩트에 근거한 검증과 연구로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김 회장은 “의협은 정부의 일방적인 추계에 휩쓸리지 않고, 감정적 대응이 아닌 철저한 데이터와 논리로 맞설 것”이라며 “이미 내·외부의 연구 역량을 총동원해 자체적인 추계 연구와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의협의 의료정책연구원과 보건의료 인력 양성지원연구센터 등을 통해 정부가 제시하는 데이터의 허구성과 통계적 오류들을 낱낱이 분석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지난 정부의 정책 실패를 절대로 답습하지 말 것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처리하려 하지 말 것 ▲정부가 진정성을 가지고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비로소 올바른 의료 정책이 수립될 수 있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의사인력 추계위원회는 지난 22일 열린 제11차 회의에서 2027학년도 의대 정원과 연계된 의사 수급 추계 결과를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추계위는 오는 30일 추가 회의를 열어 수요·공급 추계 결과를 정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