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불똥이 국내 기업으로까지 튀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23일(현지 시간), 행정명령을 통해 ‘특허 강제 실시권’을 발동했다. 이번 강제 실시권 발동은 기존 강제 실시권을 1년 더 연장한 것으로, 여기에 우리나라 제약기업인 동아에스티(동아ST)의 특허를 포함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조치에 따라 러시아 정부가 지정한 자국의 PSK 제약은 특허권자의 동의 없이도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성분인 테디졸리드 관련 3건의 특허를 2026년 한 해 동안 러시아 내에서 마음껏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강제실시권의 대상이 된 3건의 특허는 미국 MSD가 보유한 특허 2556234호, 2655928호 우리나라 동아에스티의 특허 2414469호다.

특허 강제 실시권은 정부가 특허권자의 동의 없이 제3자가 특허 발명품을 생산, 사용,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지식관련재산권(TRIPS) 협정에 근거하는 국제법 기반 제도다.

주로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필수 제품의 개별 국가 내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된다. 단, 임의적 남용 시 지식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러시아 정부의 특허 강제 실시권 발동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미국 MSD(Merck)가 2022년 항생제 성분인 테디졸리드의 러시아 공급을 중단하고, 2024년에는 러시아 내 해당 성분 기반 항생제 ‘시벡스트로’(Sivextro)의 허가 취소를 신청한 데 따른 조치다.

MSD는 테디졸리드의 러시아 공급 중단과 허가 취소에 대한 공식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러우 전쟁에 따른 정부의 제재로 상업 활동이 어려워지자 사실상 발을 빼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정부는 MSD의 허가 취소 신청을 공중보건 위기로 판단하고, 2024년 말 특허 강제실시권을 발동, MSD의 특허 2건은 2025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러시아 내에서 사실상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그런데 러시아 정부는 ‘특허 강제 실시권’ 발동의 범위를 이번에 국내 기업인 동아에스티의 특허까지 확대했다. 이를 두고 업계는 ‘시벡스트로’를 개발한 동아에스티가 이 약물의 글로벌 권리를 MSD에 양도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시벡스트로’는 동아에스티가 식약처 허가를 자진 취하해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데다 러시아는 수출국도 아니어서 이번 ‘특허 강제 실시권’ 발동의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