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양정의 기자] 펩타이드 기반 신약 개발 기업 케어젠은 자체 개발 중인 습성 황반변성(Wet AMD) 치료 점안제 CG-P5의 임상 1상 시험에서 우수한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했으며, 주요 지표에서 의미 있는 유효성 개선 신호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점안제라는 비침습적 방식으로 중증 및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군에서 관찰된 신호라는 점에서 임상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번 임상 1상 시험은 총 4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6개 병원에서 진행됐다. CG-P5는 1일 1회 30mg 단일 용량을 12주간 환자 스스로 점안하는 방식으로 투여됐다. 특히 이번 시험은 기존 항-VEGF 주사 치료 경험이 있는 중증 환자군을 대상으로 수행되어 임상적 난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치료 경험이 많은 중증 환자 대상 임상은 일반적으로 유효성 및 안전성 평가 모두에서 어려움이 따른다. 반복적인 항-VEGF 치료로 약물 반응성이 감소하거나 구조적 손상이 진행된 경우 시력 개선 여지가 제한적이며, 질환 진행으로 인한 복잡한 안구 상태는 새로운 약물의 안전성 판단을 더욱 까다롭게 만든다.

시험 결과, CG-P5는 전반적으로 우수한 내약성과 안전성을 보였다. 중대한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으며, 안압, 안구 내 염증 반응, 활력 징후, 신체 및 전신 검사, 혈액 및 소변 검사에서도 특이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일부 경미한 이상반응(안구 자극, 점안 부위 자극 등)이 보고되었으나, 이는 위약군에서도 관찰되었으며 대부분 일시적인 증상이었다. 또한, OCT(광간섭 단층촬영) 기반 구조 평가에서도 cRORA(완전 망막색소상피 및 외측 망막 위축)를 포함한 고위험군 환자에서 구조적 안전성의 큰 변화가 관찰되지 않아 CG-P5의 안전성을 뒷받침했다.

2차 평가 지표인 유효성 평가에서도 다수의 핵심 지표에서 개선 신호가 확인됐다. 시력(BCVA) 결과, CG-P5 투여군은 투여 12주 시점에서 BCVA가 +0.2 letters로 유지된 반면, 위약군에서는 8.4 letters로 악화되어 약 8.6 letters(약 2줄)의 차이를 보였다. 이는 중증·치료 경험 환자군에서 시력 악화를 억제했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로 해석된다. 아일리아(Eylea) 투여군은 +5.3 letters의 개선을 보였으며, CG-P5와 아일리아 간 직접 비교에서는 통계적 유의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중증 wAMD 환자의 경우 시력 개선보다는 악화 방지가 치료의 핵심 목표라는 점에서, CG-P5의 점안만으로 확보된 시력 안정성은 주목할 만하다.

망막 부종을 반영하는 주요 OCT 지표인 TMV(황반 전체 부피), CST(중심 황반부 평균 두께), CRT(중심 망막 두께) 분석 결과, CG-P5 투여군에서 일관된 부종 감소 경향이 확인됐다. 투여 8주 시점에서 CG-P5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TMV 0.457 mm³, CRT 74.74 m 감소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을 보였으며, CST 또한 57.2 m 감소하여 개선 경향을 나타냈다. 투여 12주 시점에서는 TMV 0.195 mm³, CRT 33.07 m, CST 40.1 m 감소가 관찰되었으며, 통계적 유의성 기준(p-value 0.05)에는 도달하지 못했으나 다수 환자에서 수치적 개선이 일관되게 확인되었다. CG-P5는 점안제라는 투여 방식에도 불구하고 주사제와 유사한 구조 개선 방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차별적 의미를 갖는다.

신생혈관(CNV) 병변 면적 분석 결과, CG-P5 투여군은 0.481 감소를 보이며 위약군(0.113) 대비 뚜렷한 구조적 개선을 나타냈다. 특히 주목할 만한 핵심 지표는 구조치료(Rescue Medication) 빈도다. 구조치료는 질환이 임상적으로 허용할 수 없을 만큼 악화되었을 때 시행하는 추가 치료를 의미한다. 분석 결과, CG-P5 투여군은 15명 중 단 2명(13.3%)만이 구조치료를 필요로 한 반면, 위약군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7명(46.7%)이 구조치료를 진행했다. 이는 CG-P5가 점안제 단독 투여만으로 위약군 대비 구조치료 필요성을 3배 이상 낮춘 결과로, 질환의 진행을 실질적으로 억제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강력한 신호다.

케어젠은 이번 임상 데이터의 객관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6개 임상 기관의 OCT 영상을 통합 분석하는 중앙 판독 센터를 운영했다. 이를 통해 기관별 영상 품질 편차를 최소화하고 측정자 간의 주관적 편차 및 측정 오류를 차단하여 데이터 무결성을 확보했다. 또한, 2차 평가지표 분석을 넘어 망막 내 미세 구조 변화 및 질병 활성도 지표들에 대한 심층 분석을 수행하여 CG-P5의 약물 작용 기전을 입체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했다.

케어젠은 이번 임상 1상 데이터 확보에 따라 2026년 1분기 미국 FDA에 CG-P5 2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할 예정이다. 2상 임상에서는 건성 황반변성(Dry AMD), 아일리아 병용 요법, 그리고 치료 경험이 없는 신규 환자 등으로 적응증을 확장하여 약물의 시장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또한, 미국 FDA와의 협의를 바탕으로 혁신신약지정(BTD) 신청도 준비 중이며, 글로벌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을 위한 복수의 해외 제약사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케어젠 정용지 대표는 “CG-P5는 점안제임에도 망막까지 전달되어 병변의 직접 원인인 VEGFR-2를 직접 타깃하도록 설계된 혁신 신약”이라며, “난이도가 높은 임상 1상 프로토콜 하에서도 시력 악화 방지 및 망막 부종 개선, CNV 감소 등 유의미한 안전성과 잠재적 효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1상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며, 향후 진행될 임상 2상에서 훨씬 더 명확하고 우수한 효능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황반변성 시장은 약 120억 달러 규모의 습성 시장과, 전체 환자의 약 90%를 차지하지만 치료제가 전무한 건성 시장으로 양분된다. CG-P5는 기존 치료제와 기전적으로 상호 보완하며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 습성 시장의 한계를 넘어섬과 동시에 미충족 수요가 거대한 건성 시장까지 선점할 잠재력을 확보했다. 케어젠은 중증 환자에서 효능이 입증된 세계 최초의 '점안형 항-VEGFR' 치료제로서 글로벌 'First-in-Class' 혁신 신약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