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STI 검사 도입? 여성건강·모자보건 위협
산부인과의사회 “식약처 행정예고, 임상 현실 무시한 졸속 정책” 비판
위음성·위양성으로 환자 피해 우려...감염병 감시체계 붕괴 가능성
등록: 2026.05.06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산부인과 의사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가검사용 성매개감염체(STI) 검사 도입' 행정예고안에 대한 즉각적인 철회와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무증상 특성을 고려 못한 자가검사는 임상 진단을 대체할 수 없으며, 이는 여성 건강과 모자보건, 국가 감염병 관리체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성매개감염병은 단순한 개인 질환이 아니라 여성의 생식건강과 임신 예후, 신생아 건강에 직결되는 질환으로, 자가검사에서는 이러한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여성의 클라미디아 감염은 70~80%, 임질은 절반 이상이 무증상으로 진행되는 만큼, 단순 자가검사로는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는 것.
게다가 산부인과 진료에서는 내진과 질경 검사, 자궁경부 및 질 검체 채취, 핵산증폭검사(NAAT), 균 배양 검사, 병력 및 증상 종합 판단 등 다층적 진단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게 산부인과의사회 측 주장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자가검사는 부적절한 검체 채취와 검사 시점 오류로 위음성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골반염, 난관 손상, 불임, 자궁외임신 등 심각한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산부인과의사회는 임신부의 경우 STI 관리가 치명적이며, 태아·신생아까지 위험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예를 들어 매독 감염 임신부의 경우 선천성 매독과 사산, 신생아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자가검사로는 활동성 감염과 과거 감염을 구분할 수 없으며, 클라미디아·임질 감염은 조산과 저체중아 출산, 신생아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HIV, B형·C형 간염 등 동반감염 검사와 수직감염 예방 프로토콜이 동시에 시행돼야 하지만, 자가검사는 이러한 통합 관리 체계를 대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자가검사 결과만 믿고 산전관리를 지연할 경우 피해는 산모를 넘어 태아와 신생아에게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표준 진단 알고리즘 붕괴...잘못된 '안전감' 초래"
행정예고 철회 물론 의료계와 협의 기반 전면 재검토 촉구
이와 함께 산부인과의사회는 STI 진단이 단순 검사 결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증상 평가부터 치료 후 추적관리, 파트너 치료까지 이어지는 '연속적 의료행위'라는 점도 강조했다.
현행 진단 체계는 ▲병력 청취 ▲적절한 검체 채취 ▲확진 검사 ▲동반감염 확인 ▲치료 후 추적검사 ▲파트너 동시 치료 및 재감염 예방 등으로 구성된다. 자가검사는 이 과정 중 일부라는 것.
산부인과의사회는 "자가검사가 환자에게 '진단이 완료됐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고, 위양성의 경우 불안·우울 등 심리적 피해와 사회적 낙인, 불필요한 약물 사용을 유발할 수 있다"며 "특히 성매개감염병 관리의 핵심인 '환자-파트너-추적관리' 구조가 붕괴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산부인과의사회는 ▲행정예고 즉각 철회 ▲의료계와의 협의 기반 전면 재검토 ▲임상적 검증 및 연계체계 마련 전까지 자가검사 확대 금지 ▲환자 피해 발생 시 책임 구조 명확화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진단은 결과지 한 장의 양성·음성 문제가 아니라 환자의 치료와 다음 세대 건강까지 책임지는 종합적 의료행위"라며 "국민 건강은 시장이 아닌 전문 진료체계 안에서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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