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화 촉진 단백질 직접 제거…전신경화증 새 치료 전략 주목

이노보테라퓨틱스, HSP47 분해 분자접착제 ‘INV-002’ 전임상 진입 저해제 ‘INV-001’ 개발 경험 활용…첫 적응증 전신경화증 세포서 HSP47 분해·소실 확인…2029년 임상 1상 IND 목표
등록: 2026.10.01

국내 바이오기업 이노보테라퓨틱스가 HSP47 단백질 자체를 분해·제거하는 새로운 방식의 분자접착제 기반 전신경화증 치료제 ‘INV-002’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전임상 단계에서 약효·약물대사·안전성을 평가 중으로, 회사 측은 오는 2028년 임상에 진입한다는 방침이다. [AI 생성이미지]
국내 바이오기업 이노보테라퓨틱스가 HSP47 단백질 자체를 분해·제거하는 새로운 방식의 분자접착제 기반 전신경화증 치료제 ‘INV-002’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전임상 단계에서 약효·약물대사·안전성을 평가 중으로, 회사 측은 오는 2028년 임상에 진입한다는 방침이다. [AI 생성이미지]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피부나 폐 등 장기에 콜라겐이 지나치게 쌓이면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콜라겐의 정상적인 형성과 성숙을 돕는 HSP47 단백질은 섬유화 치료제 개발의 주요 표적으로 연구돼 왔다.


국내 바이오기업 이노보테라퓨틱스가 HSP47의 생성을 줄이거나 기능을 막는 기존 접근과 달리, 이미 만들어진 HSP47 단백질 자체를 세포 안에서 분해하는 신약 개발에 나섰다. 첫 적응증은 전신경화증이다.

30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이노보테라퓨틱스(대표 박희동)는 HSP47 표적 분자접착제(molecular glue) ‘INV-002’의 전임상 후보물질 선정을 마치고 약효·약물대사·안전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후속 비임상 연구를 거쳐 2029년까지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이노보테라퓨틱스 개발 담당자는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수많은 후보물질 가운데 인체에 투여했을 때 가장 안전하고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최종 후보물질을 확정한 상태”라고 밝혔다.

HSP47 생성 억제·기능 차단과 다른 ‘단백질 분해’


HSP47(Heat Shock Protein 47)은 세포 안에서 콜라겐이 정상적인 구조로 접히고 성숙하도록 돕는 단백질이다. 콜라겐은 피부와 장기의 구조를 유지하는 데 필요하지만 과도하게 축적되면 조직을 딱딱하게 만드는 섬유화로 이어질 수 있다.


HSP47을 겨냥한 치료제 개발은 지금까지 단백질 생성을 줄이거나 이미 만들어진 단백질의 기능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표적인 생성 억제 방식에는 짧은간섭 RNA(siRNA) 치료제 ‘BMS-986263’이다.

‘BMS-986263’은 HSP47의 메신저 RNA(mRNA)를 표적으로 삼아 HSP47 단백질 생성을 줄이는 후보물질이다. 일본 닛토덴코에서 개발을 시작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이 이어받았으며, C형간염 치료 후 진행성 간섬유증이 남은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까지 진행됐다.


기능을 차단하는 방식에는 이노보테라퓨틱스가 개발 중인 흉터치료제 ‘INV-001’이 있다. ‘INV-001’은 HSP47에 결합해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하는 저해제다.

반면 ‘INV-002’는 이미 만들어진 HSP47을 세포 안에서 분해해 단백질 자체를 없애는 방식이다. 단백질 생성을 줄이는 siRNA나 HSP47에 결합해 기능을 차단하는 저해제와 작동 방식이 다르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저해제는 질병 단백질에 결합해 기능을 잠시 멈추게 하지만, 분자접착제는 질병 단백질 자체를 분해한다”며 “저해제는 약물이 단백질에서 떨어지면 질병 단백질이 다시 활동할 수 있지만, 분자접착제는 원인 단백질 자체를 체내에서 완전히 제거해 버린다”고 설명했다.


체내 단백질 분해 시스템 이용


‘INV-002’에는 표적단백질분해(Targeted Protein Degradation, TPD) 기술이 적용됐다. 세포가 필요 없거나 손상된 단백질을 제거할 때 사용하는 유비퀴틴-프로테아좀(Ubiquitin-proteasome) 시스템을 이용해 HSP47을 분해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분자접착제는 HSP47과 E3 리가아제(E3 ligase)를 결합하도록 유도한다. E3 리가아제가 HSP47을 분해 대상으로 인식하도록 만들면 유비퀴틴이 붙고, 이후 프로테아좀이 해당 단백질을 분해하는 방식이다. ‘INV-002’가 이용하는 E3 리가아제의 종류는 공개하지 않았다.

회사는 기존 저해제보다 약효가 오래 지속될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HSP47이 분해된 뒤 세포가 새로운 단백질을 다시 만들어낼 때까지 효과가 유지될 수 있어 더 적은 용량으로도 강한 섬유화 억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확인된 결과는 세포 수준이다. 실제 생체에서 HSP47 분해가 어느 정도 지속되고 섬유화를 얼마나 억제하는지는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저해제 개발 경험 토대로 전신경화증 공략


‘INV-002’ 개발에는 이노보테라퓨틱스가 HSP47 저해제 ‘INV-001’을 개발하면서 축적한 연구 경험이 활용됐다. 회사는 ‘INV-001’ 연구 과정에서 HSP47을 억제하면 콜라겐 생성이 감소하는 결과를 확인하고 관련 연구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회사 관계자는 “‘INV-001’을 개발하면서 축적한 HSP47에 대한 이해와 연구 경험을 토대로 ‘INV-002’를 새롭게 발굴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HSP47을 표적으로 하지만 ‘INV-001’은 기능을 차단하고 ‘INV-002’는 단백질 자체를 분해한다는 차이가 있다.


회사가 ‘INV-002’의 첫 적응증으로 선택한 전신경화증은 피부와 내부 장기에 콜라겐이 과도하게 축적돼 섬유화가 진행되는 희귀 자가면역질환이다. 피부뿐 아니라 폐·심장·신장 등 여러 장기에 침범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전신경화증에서는 콜라겐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생성되고 축적된다”며 “HSP47은 콜라겐 생성 과정에 필요한 단백질이기 때문에 이를 분해하면 콜라겐의 과다한 생성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포서 HSP47 분해 확인…2029년 임상 1상 IND 목표


회사는 ‘INV-002’의 HSP47 분해 효과를 확인한 상태다. 담당자는 “다양한 섬유화 원인 세포에서 HSP47 단백질이 효과적으로 분해돼 사라지는 것을 명확히 확인했다”며 “구체적인 수치와 세부 데이터는 학술대회나 논문을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노보테라퓨틱스는 현재 진행 중인 약효·약물대사·안전성 연구를 마친 뒤 우수실험실관리기준(GLP)에 따른 비임상 독성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회사 측은 개발 계획이 일정대로 진행될 경우 2029년까지 ‘INV-002’의 임상 1상 IND를 신청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정필
htg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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